미국 대학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라면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거예요. 방학 때 귀국하거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비행기표는 말도 안 되게 비싸고, 등록금 낼 무렵이 되면 꼭 환율이 껑충 뛰는 것 같은 느낌. 이게 단순한 기분 탓일까요? 아니면 실제로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걸까요? 오늘은 비행기 운임과 환율의 계절성에 대해, 그리고 그 안에 숨은 경제 논리와 심리 작용까지 풀어보려 합니다.
1. 비행기 운임, 왜 방학 때 오를까?
이유는 간단합니다. 수요와 공급의 원칙때문입니다. 학기제로 운영되는 대학들의 대부분은 방학 시기가 유사합니다.
- 여름방학: 5월 말~8월 중순
- 겨울방학: 12월 중순~1월 초
- 봄방학(Spring Break): 3월 중순 일주일간 (짧음)
이 시기에 미국 국내외 학생들은 대거 이동합니다. 한국에 있는 유학생들도 당연히 이 시기에 귀국하거나 복귀하게 되죠. 그러니 자연스럽게 특정 시점에 항공권 수요가 폭발하게 됩니다.
항공사 입장에서 보면, 비행기 좌석은 한정되어 있고, 수요가 몰리면 당연히 가격을 높여도 좌석이 판매됩니다. 이른바 성수기 요금제, 즉 ‘수요 기반 가격(Pricing by demand)’ 전략입니다.
✔️ 좌석 수는 그대로인데, 탈 사람은 몰리니 → 가격은 오르는 구조.
특히 항공사들은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언제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유지될지 계산하고, 그에 따라 출발일 기준 몇 주 전부터 가격을 점진적으로 인상하죠. 그래서 미리 사도 비싼 티켓, 늦게 사면 더 비싼 티켓… 악순환이 반복됩니다.
2. 환율, 왜 등록금 낼 무렵에 더 오른다고 느껴질까?
“환율이 또 올랐네… 왜 꼭 등록금 낼 때 이러지?” 이건 꽤 많은 학부모님들이 공감하시는 현실일 것입니다. 환율은 매일 변동되지만, 왜 유독 '등록금 시기'에 더 오른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요?
첫 번째 이유: ‘심리적 민감도’
환율은 매일 오르락내리락하지만, 우리는 실제 돈이 나가는 시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. 즉, 6개월 동안 환율이 수시로 움직였어도, 등록금 낼 시점에만 유심히 보는 경향이 있어 “그때마다 올라 있다”고 느끼는 겁니다. 이건 **‘확증 편향(Confirmation Bias)’**이라는 심리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.
📌 내가 걱정하는 정보에만 더 집중해서 기억하거나 과장되게 인식하는 경향
두 번째 이유: 계절적 수요 증가
미국 대학 등록금은 보통 8~9월(가을학기), **1월(봄학기)**에 납부합니다. 이 시기가 되면 해외 유학생 수천 명의 가정에서 대량의 외환 송금 수요가 발생하죠. 이러한 수요는 외환 시장 전체 규모에 비하면 작을 수 있지만,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단기적인 원/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됩니다. 특히 소규모 외환시장(예: 한국)은 심리와 수요가 결합되면 작은 거래량에도 가격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.
세 번째 이유: 글로벌 이슈와 겹치기
환율은 국제 정치·경제 상황에 매우 민감합니다.
- 미국 기준금리 인상
- 전쟁, 지정학 리스크
- 무역 긴장, 글로벌 인플레이션
이런 이슈들이 발생하는 시기와 등록금 송금 시점이 겹치는 경우, 우리는 자연스럽게 “등록금 낼 때마다 환율이 뛰는 것 같다”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. 즉, 실제로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, 그 타이밍에 우리가 돈을 쓰기 때문에 더 크게 체감하는 거죠.
3. 비행기 운임과 환율의 공통점: “수요와 심리”
이 두 가지 이슈의 공통점을 묶어 보면 흥미롭습니다.
✈️ 비행기 운임 | 수요 폭증 + 좌석 제한 | 성수기 요금 적용, 예매 지연 |
💵 환율 | 환전 수요 증가 + 글로벌 변수 | 타이밍 민감도 + 확증 편향 |
즉, 객관적 수요 증가도 있고, 주관적 체감 심리도 있다는 거죠.
4.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?
✈️ 항공권 절약 팁
- 최소 2~3개월 전 미리 예매
- 한국-미국 왕복이 아닌 다구간 루트 조합 고려 (예: LA → 한국 → 일본 → LA 등)
- 특정 요일(화·수·토) 출발이 저렴한 경우 많음
- 항공사 프로모션 알림 등록
💵 환율 방어 전략
- 등록금용 환전은 한꺼번에 몰아하지 말고 분할 매수 (분산 환전)
- 일정 금액은 달러 외화예금에 미리 예치
- 환율 우대율 높은 은행 활용 (일부는 80~90%까지 우대)
- 등록금 송금 전, 환율 계산기와 송금 수수료 체크 필수
자녀가 해외 대학에 진학하면 그만큼 국제적인 변수와도 가까워집니다. 단순히 “왜 이 시기만 되면 비싸지지?” 하고 푸념하는 대신,
그 속에 숨은 경제의 논리와 심리 작용을 조금만 이해하면 앞으로의 선택이 더 합리적이고 전략적이 될 수 있습니다.비행기표 가격도, 환율도 우리를 속이려는 게 아니라, 그저 사람들의 움직임과 기대가 만들어내는 경제의 반응일 뿐이니까요. 지금이 바로, 해외 자녀 유학비용을 똑똑하게 관리할 타이밍입니다.